옛날부터 우리나라는 생활환경이 열악하여 먹고 살기가 힘들었으며 고부간의 갈등도 심했습니다.
그로 인해 꽃이나 풀 이름에 <며느리>라는 이름이 들어가게 되었고 그런 이름을 가진 식물은 대개
슬픈 사연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뒤에 붙는 이름이 좀 이상하지만 며느리 밑씻개, 며느리배꼽, 며느리밥풀꽃이 대표적인 풀입니다.
그동안 산사여행을 다니면서 지난 봄부터 이름모를 야생화를 촬영하고 그 이름을 하나씩 배워가는
즐거움에 빠져 있던 중, 며칠 전에 동네 야산에서 우연히 예쁘게 단풍이 든 '며느리배꼽'을 촬영했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풀에 어쩌다 이런 이름이 붙게 되었나 싶어 오늘은 지난 봄과 여름에 찍은 사진 중에서
<며느리>라는 이름이 들어간 야생화에 대한 사연을 정리하여 소개해 보려 합니다.
▲ 먼저 <며느리밑씻개>입니다.
<며느리밑씻개>는 7~8월에 산이나 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마디풀과의 덩굴성 한해살이 풀로서
사광이 아재비, 가시덩굴여뀌라고도 부릅니다.
날카로운 갈고리 같은 작은 가시가 있어 옷에 달라 붙고 손등이나 다리에 닿으면 긁혀서 상처를
입기 쉬우므로 다룰 때 주의해야 합니다.
▲ 이 풀이 며느리밑씻개라고 불리게 된 데에는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오고 있습니다.
옛날에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밭에 나가 김을 매고 있었는데, 며느리가 배가 몹시 아파서
볼일(응가)을 봐야 하는 상황이 생겼대요.
급한김에 잠시 뒤돌아 앉아 볼일을 보고 시어머니에게 콩잎(그당시에는 풀잎으로 뒤처리)을
따 달라고 하자, '감히 시어미에게 심부름을 시킨다'고 생각한 시어머니가 따준 잎이 바로
이 며느리밑씻개라는 이야기입니다.
사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가시가 많아서 밑을 닦기는 커녕 손으로 만지기에도 따갑고
아파 보이는 풀이지요.
이리하여 '며느리의 밑을 닦는 풀'이라는 뜻에서 '며느리밑씻개'라는 이름이 붙었다 합니다.
정말로 그런 일이 있을리야 없겠지만 고부간 갈등의 극치를 보여주는 사연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며느리밑씻개의 꽃말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고 합니다.
▲ 다음으로 <며느리배꼽>입니다.
<며느리배꼽>은 마디풀과에 속하는 덩굴성 한해살이풀로서 사광이풀, 참가시덩굴여뀌라고도 부르며,
한방에서는 자리두(刺梨頭), 호설초(虎舌草), 용선초(龍仙草)로 이뇨제(利尿劑)와 당뇨병 등에 약재로
사용된다고 합니다.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 극동부 및 인도차이나반도 등에 분포하고 있으며, 잎은 약간 둥근 삼각형에
줄기에 가시가 있고 꽃은 연한 녹색에 잎자루가 잎의 뒷면에 달려 있습니다.
며느리밑씻개의 잎자루가 잎의 뒷면에 붙는데 비해 며느리배꼽의 잎자루는 뒤쪽의 조금 안쪽 배꼽의
위치에 있습니다.
둥근 턱잎 안에 남색 열매가 들어있는 모습이 배꼽모양과 비슷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추정됩니다.
▲ 얼마나 며느리가 미웠으면 가시가 있는 풀의 열매모양이 며느리배꼽을 닮았다고 하였을까요?
옛날 어느 집안에 장성하여 시집가는 딸에게 그 부모가 이르기를
"시집살이 하는 동안 언행을 각별히 조심하라"며 무슨 일이 있더라도 3년 동안은 보아도 못 본 척,
들어도 못들은 척, 말도 함부로 해서는 안된다고 하였고, 시집간 딸은 부모님이 가르쳐준 3가지
덕목(德目)을 그대로 실천 하며 살았습니다.
그런데 시집에서는 새로 들어온 며느리가 눈뜬장님이고, 귀머거리이고, 벙어리이니 참으로 난감하였지요.
시어머니는 "너같은 병신 며느리는 우리 집안에 필요 없으니 친정으로 돌아가라."고 하였습니다.
며느리는 할 수 없이 시아버지를 따라 친정으로 가마를 타고 쫓겨 가는 길에, 덩굴풀 속에서 꿩 한 마리가
푸드득 날아가는 것을 보고는 무심결에 "어머, 저기 꿩이 날아가네!" 라고 말을 해버렸습니다.
이 말을 들은 시아버지는 "그러면 그렇지!"라고 기뻐하면서 며느리가 꿩을 보았으니 장님이 아니고,
날아가는 소리를 들었으니 귀머거리가 아니며, 말을 하였니 벙어리도 아니라고 판단하고는
가마를 되돌려 시집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었고, 그때 그 덩굴풀이 며느리의 배꼽을 닮았다 하여
붙혀진 이름이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연이 담긴 며느리 배꼽의 꽃말은 "여인의 한"이라고 하네요.
▲ 다음은 <며느리밥풀꽃>입니다.
<며느리밥풀꽃>은 현삼과에 속하는 한해살이풀로서 7~8월 경에 마치 밥풀이 두 개 붙어있는 듯한
모양의 진분홍색의 아름다운 꽃이 피는데, 드물게 흰색의 꽃도 볼 수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그냥 며느리밥풀꽃이란 것은 없고, 알며느리밥풀꽃, 꽃며느리밥풀꽃, 새며느리밥풀꽃,
애기며느리밥풀꽃, 수염며느리밥풀꽃 등이 있는데, 주로 줄기나 포의 색깔, 털이 유무, 줄기의 특성,
포의 가장자리에 가시 같은 톱니가 어디까지 달려 있나 등을 갖고 구분합니다.
▲ 며느리밥풀꽃에도 며느리의 한이 맺힌 슬픈 사연이 있습니다.
옛날 착하고 고운 며느리와 그 며느리를 심하게 구박하는 시어머니가 살고 있었는데,
늘 며느리를 탐탁지 않게 여기던 시어머니는 호시탐탐 내쫓을 궁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며느리가 밥을 지으며 밥이 잘 되었는지 보려고 밥알 몇 알을 먹어 보는데
이를 본 시어머니가 "어른도 먹기 전에 먼저 밥을 먹는다고 심하게 구박을 하면서 두들겨 팼습니다.
결국 며느리는 시어머니한테 맞다가 부엌문에 찧어 죽게 되었고, 며느리를 묻은 자리에는
며느리의 입술색 같은 붉은 입술에 밥풀 두 알을 입에 문 듯한 모양의 진분홍 꽃이 피었는데,
사람들은 며느리가 꽃이 되어 다시 태어난 거라며 '며느리밥풀꽃'이라고 불렀다고 전해집니다.
얼마나 억울하면 죽어서도 단지 밥이 되었는가를 보았을 뿐이라고 밥풀을 물고 있는 꽃을 피웠을까요?
▲ 마지막으로 '금낭화'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진 <며느리주머니>입니다.
우리나라가 원산지인 <며느리주머니>는 양귀비목 현호색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로서
5월과 7월 사이에 꽃대가 활처럼 길게 휜 가지에 담홍색 꽃이 주렁주렁 달리며 꽃모양도 특이합니다.
이 꽃은 금낭화, 며느리 주머니, 며느리취, 덩굴모란, 며느리밥꽃 등, 여러 이름도 가지고 있습니다만,
금낭화(錦囊花)란 이름은 아름다운 비단주머니 모양을 닮았다고 하여 붙은 한자이름이구요,
우리 이름은 <며느리주머니>로서 꽃모양이 마치 며느리가 치마속 허리춤에 차던 두루주머니를
닮았다하여 붙은 이름입니다.
영어로는 '블리딩 하트(Bleeding Heart)'로 부르는데, 붉은 꽃잎 아래로 희고 붉은 꽃잎이 늘어져
나온 것이 '피 흘리는 심장'을 닮았다고 붙인 이름입니다.
똑같은 꽃을 보고도 동서양이 이렇게 틀리네요.
▲ 유독성식물이지만 봄에 어린잎을 삶은 후 반나절 이상 우려 놓았다 말려서 묵나물로 먹는데
여러 번 우려도 쓴맛이 남아있어 며느리에게 먹였다고 해서 며느리취라고 한다는 사연도 있습니다.
장님 3년, 귀머거리 3년, 벙어리 3년의 긴 세월을 서럽고 한많은 시집살이를 하던 이 땅의 어머니들이
예쁘게 주렁주렁 매달린 며느리주머니를 보며 친정 생각으로 설움을 달랬음직도 합니다.
이래서 오랜 세월동안 민중들이 부르던 <며느리주머니>라는 이름이 더욱 정감있게 다가오지만,
요즘에 와서 한자말인 금낭화(錦囊花)로 굳어지는듯하여 아쉬운 마음을 가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편, 며느리주머니의 꽃말은 "당신을 따르겠습니다" 라고 하는데, 겸손과 순종을 나타내는 꽃말은
얌전히 고개를 숙인 듯한 다소곳한 꽃의 모습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참고자료 : 사계절 야생화도감(정연옥/박노복), 한국의 식물명유래(이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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