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루 루루~ 루루루루루~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
매년 10월 말이 되면 라디오에서 하루에도 몇번이고 흘러 나오는 노래이지요.
그렇습니다. 오늘이 인기 대중가요의 제목인 바로 그 '시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저는 매년 벚꽃이 피는 봄과, 가을이 깊어가는 이때쯤이면 꼭 찾는 곳이 있는데,
서울 동작동에 있는 <국립서울현충원>을 오늘 시월의 마지막 날에 다녀 왔습니다.
봄에는 벚꽃, 가을엔 단풍으로 서울 도심 속의 유명한 나들이 코스로 잘 알려진
<국립서울현충원>은 1년 365일 언제나 개방되어 있으며, 서울시내 어느 곳에서든지
지하철을 타면 4호선과 9호선이 만나는 동작역 8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연결 됩니다.
나라를 위해 목숨바치신 호국영령들이 잠들어 계신 국립현충원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매번 색다른 옷으로 갈아입기에 계절에 관계 없이 언제 가보아도 아름다운 곳이지만
특히 가을단풍은 어디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만큼 아름답고 고즈넉한 분위기와 함께
바람이 불면서 단풍들이 하나 둘 낙엽 되어 땅바닥에 딩굴며 수북이 쌓여가는 풍경은
우리의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곳이었습니다.
현충원에 도착 것이 너무 늦은 저녁시간이었고 잔뜩 찌푸린 하늘에 비마저 오락가락 하여
사진을 촬영하기에는 여러모로 조건이 좋지 않았습니다만, 저처럼 초보 사진 동호인들도
아무 곳에나 카메라를 들이대고 셔터를 누르면 무엇이든지 그림이 되는 가을 풍경입니다.
평일이라 많지는 않았지만 유족 몇분들이 꽃을 들고 찾아와 묘역마다 헌화하는 모습이
현충원의 가을 단풍과 어울려 숙연하면서도 더욱 아름다운 풍경을 그려내고 있었습니다.
카메라 하나만 달랑 든채 빈손으로 들어간 저는 무척 미안했습니다만 잠시 묘역 앞에서
모든 영령들께 두손 합장하고 묵념하는 것으로 대신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자, 그럼.. 지금부터 저와 함께 국립현충원으로 가을단풍 여행을 떠나 보실까요...
▲ 오늘의 일기예보는 "흐리고 한때 비"라고 했는데 아침에 비가 뿌리더니 오후가 되니
비는 그쳤지만 현충원 입구에 도착하니 하늘은 잔뜩 흐려있고 더구나 오후 늦은 시간이라
광선 상태가 그리 좋지 않습니다.
정문을 들어서면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이 <충성분수대>입니다. 사진 윗부분에 걸쳐진
단풍이 진행중인 나뭇잎은 지난 봄에 화려한 꽃을 피웠던 수양벚꽃나무입니다.
▲ 드넓은 황금빛 잔디광장 멀리로 보이는 <현충문>입니다. 그 뒤로 충혼탑이 우뚝 섰습니다.
▲ 경건한 마음으로 숙연하기만 한 이곳에도 가을은 이미 찾아 왔습니다.
▲ 계절마다 색다른 옷으로 갈아입는 국립서울현충원은 다른 곳보다 조금 빨리 가을색으로
물드는 것 같습니다. 은행나무는 화사한 노란색으로 완전히 물들었습니다.
▲ 현충문 광장 오른쪽으로 올라가는 <아람길>에서 바라본 풍경입니다.
봄에는 휘휘 늘어진 수양벚꽃의 아름다움에 취했었는데, 이렇게 가을이 되어 단풍이 들어도 아름답네요..
▲ 길옆 석축 아래에는 불어오는 바람에 새빨간 단풍잎이 차곡차곡 쌓여 가고 있고...
▲ 산책로 곳곳에는 아름다운 조각작품들이 가을색과 어울려 아름다움을 더해 주고 있습니다.
▲ <솔마음집>이란 작은 현판이 걸린 쉼터 주변에도 예쁜 낙엽들이 수북히 쌓여만 갑니다.
▲ 아람길을 돌아오르니 묘역 옆 석축위에 새빨간 열매를 주렁주렁 맺은 나무들이 서있습니다.
▲ 붉은 열매 색깔이 너무 예쁜 이나무는 장미과에 속하는 <피라칸사>라는 나무로서 5~6월에
하얀색 꽃이 피어 10~11월에 열매가 익는데, 나뭇가지에 가시가 있어서 붙여진 이름인지
<피라칸사>는 '불의 가시'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 산책로 가장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본 현충원 전경. 멀리 현충문 뒤로 반포지구 아파트도 보이네요.
▲ 외로이 잠드신 영령님들의 혼백을 위로함일까요, 서울 어느 곳의 단풍 보다 곱게 물들었습니다.
▲ 차가 다니지 않는 좁은 산책로에는 은행잎이 수북히 쌓였습니다.
▲ 은행나무길 한쪽에는 중간중간 사람들이 쉴 수 있는 벤치와 정자도 있어 느린 걸음으로 걷다가
잠시 머물면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깊어가는 가을을 느끼기에 더없이 좋은 곳입니다.
▲ 쉼터 정자를 지나 내리막길을 내려가다보면 왼쪽으로 <공작지>라는 아름다운 연못이 나옵니다.
잔잔한 수면에 반영되는 가을의 아름다움을 제 부족한 사진 솜씨로 다 표현해내지 못함이 아쉽습니다.
▲ 연못 옆으로 난 멋진 오솔길은 연인들이 데이트하기에 너무나 좋은 풍경입니다.
산책하는 남녀가 나타나면 작품(?)을 만들어 보려고 기다렸지만 평일이어서인지 결국 실패했습니다.
▲ 나뭇가지에도 가을이 열렸고, 나무 아래 바닥에도 온통 가을이 쌓여가고 있습니다.
▲ 생각 같아서는 여유를 가지고 구석구석 찾아다니며 마음에 드는 그림을 만들고 싶습니다만
오래 머물 시간이 없습니다. 해가 짧은 계절이라 곧 어두워 지기 때문입니다.
▲ 이 단풍나무는 짙은 노랑색에서 붉은색으로 물들어가는 중입니다.
▲ 날씨가 흐리다보니 마음에 드는 광선이 아니라 선명한 단풍사진을 얻기 힘든 상황입니다.
▲ 아람길 에서 올라오다가 만난 <피라칸사> 열매를 또 만났습니다.
아까 찍은 것보다 조금더 선명한 색깔에 나뭇가지 구도가 괜찮길래 담아 보았습니다.
▲ 단풍 숲속에 세워진 충혼탑의 조각상...
▲ 벚꽃나무 낙엽들이 쉼터 벤치의 탁자위에 수북히 쌓여 한층 운치를 더해주고 있습니다.
뒷쪽 언덕 아래로 사찰의 지붕처럼 보여지는 기와지붕은 사실은 화장실 지붕이랍니다.^^
▲ 낙엽들도 벤치에 누워 휴식을 취하는 듯...
▲ 가을은 깊어가는데 철을 잊은 철쭉꽃 몇송이가 피었습니다. 그야말로 철없는 철쭉이네요.
▲ 벤치 옆 풀밭에는 키작은 풀줄기에 새까만 열매가 반짝이며 열렸습니다.
여름철에 군락을 이루며 보랏빛 아름다운 꽃을 피웠던 <맥문동>의 열매입니다.
▲ 호국영령들의 혼이 잠들어 있는 현충원 안에는 <호국지장사(護國地藏寺)>라는 이름의
규모가 크지 않지만 수많은 문화재를 간직하고있는 아담한 사찰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 현충원 정문에서 경내의 순환도로를 따라 가다가 경찰 충혼탑 지나 대통령 묘역 가는길 우측에
<호국 지장사>를 알리는 표석이 서있고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면 <호국지장사>가 나타납니다.
▲ 돌계단을 오르면 정면으로는 지장전(地藏殿)이 보이고, 왼쪽편으로 범종각과 능인보전(能仁寶展),
오른쪽으로는 대웅전과 삼성각, 종무소 등이 자리잡고 있는 배치입니다.
▲ 경내로 오르는 길 돌계단 왼쪽에는 조그만 연못이 있고 비단잉어 몇마리가 회유하고 있습니다.
▲ 전통사찰 제92호로 지정된 호국지장사(護國地藏寺)는 대한불교조계종 본사인 조계사의 말사로서
통일 신라말 도선국사가 창건한 갈궁사(葛弓寺)가 그 시초이며 이후 창빈 안씨(昌嬪 安氏)의
원찰로 지정되면서 화장사(華藏寺)라는 이름으로 고쳤고, 다시 1983년에는 국립묘지에 안치된
호국영령들을 지장보살의 원력으로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뜻에서 지금의 호국지장사(護國地藏寺)로
사찰 이름을 바꾸게 되었다고 합니다.
▲ 능인보전(能仁寶展) 뒷마당에 서있는 감나무에는 먹음직스러운 감이 주렁주렁 열렸습니다.
▲ 모과나무에도 모과열매가 노랗게 익어갑니다. 울퉁불퉁 못생긴 과일로 유명한 것이 모과인데
이놈들은 색깔도 예쁘지만 모양도 여름철 노랑참외처럼 참 잘 생겼네요.
▲ 지장사가 자리잡은 곳은 독실한 크리스찬이었던 故 이승만 전 대통령이 이곳에 들렀다가
"만일 이곳에 절이 없었다면 내가 묻히고 싶은 땅"이라고 했다는 일화가 전할만큼 명당으로
알려져 있는데, 풍수지리에 밝았던 창건자 도선국사는 칡넝쿨이 엉키고 약물이 샘솟는 이곳을
명당이라고 생각해 절터를 잡았다고 합니다.
▲ 수북히 쌓인 샛노란 은행잎들을 밟으며 야외 지장전(地藏殿)으로 올라 갑니다.
▲ 별도의 전각없이 산기슭을 배경으로 노천에 자리한 지장전(地藏殿)에는 호국지장사라는
이름에 어울리게 지장보살석불입상(地藏菩薩石佛立像)을 중심으로 뒷면 가득히 2500여 좌(座)의
지장보살석상을 봉안해 놓았습니다.
▲ 지장보살석불입상(地藏菩薩石佛立像) 등뒤에서 바라본 사찰 전경입니다.
▲ 이곳은 조선 후기 재상으로 이름 높았던 오성과 한음(이항복과 이덕형)이 소년시절에
머물면서 공부한 곳으로 그들의 이야기는 널리 알려져 이야기책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이지요.
▲ 저는 어느 사찰이던 처마끝에 매달려 맑은 소리를 내는 풍경을 습관처럼 꼭 촬영합니다.
다 비슷한 것처럼 보이지만 각 사찰마다 생긴 모양이 다른 특징들을 갖고 있기 때문이지요.
발디딜 공간이 마땅치 않은 상태에서 억지로 앵글을 잡아보았지만 어딘가 어색한 구도이네요.
▲ 지장전 바로 옆 우측에는 삼성각(三聖閣)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 호국지장사의 주불전인 대웅전(大雄殿)은 정면 3칸, 측면 4칸 규모의 맞배지붕 형태의 전각으로서
일반 사찰의 법당 형태와는 다르게 정면보다 측면이 더 큰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 법당 내부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바깥에서 창살 내부로 들여다 보기만 했습니다.
▲ 호국지장사는 또한 수많은 문화재를 간직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은 사찰입니다.
대표적으로 능인보전(能仁寶展)에 모신 철불좌상(鐵佛坐像)을 꼽을 수 있는데, 신라말 고려초의
불상 특징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약사불로서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 제75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이 외에도 여러 전각에 걸려 있는 불화들 대부분이 문화재로 지정돼 있는데,
약사후불탱화(문화재자료 제3호), 신중탱화(문화재자료 제4호), 괘불(유형문화재 제113호),
그리고 서울시 유형문화재로는 아미타회상도(제114호), 극락구품도(제115호), 감로왕도( 제116호),
지장시왕도(제117호), 신중도(제118호), 현왕도(제119호),팔상도(제120호) 등이 그것입니다.
▲ 범종각 기와지붕 위에도 가을이 내려 앉았습니다.
▲ 사찰입구로 들어올 때 멀리서 보니 고목나무에 과일이 주렁주렁 달려있는 것으로 보였는데
가까이와서 보니 초파일날 달아 놓은 것으로 추정되는 수백 여개의 울긋불긋한 연등이었습니다.
▲ 현충원 단풍 스케치 하러 왔다가 덤으로 둘러보게 된 호국지장사의 가을을 뒤로하고 내려 갑니다.
▲ 정문을 나서면서 아쉬움에 뒤돌아 본 현충문과 잔디광장에는 황금빛 저녁이 내려 앉고 있었습니다.
봄이면 봄의 화사함을 보여주고, 가을이면 노란 은행잎과 곱디고운 단풍으로 물드는 국립현충원.
화려한 수양벚꽃으로 꽃대궐을 이루던 지난 봄에 이곳에 와서 봄꽃 향기에 취했던 때를 떠올리며
평소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경건함과 익어가는 가을단풍을 동시에 느껴본 평온한 시간이었습니다.
아름다운 계절 가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단풍철이면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유명한 관광명소에서 고생하기 보다 도심에서 가까운 곳에서
진한 가을향기도 느끼시고, 나라위해 목숨바신 영령들께 참배도 드릴 수 있는 국립서울현충원을
올가을 단풍 나들이 휴식처로 강력(?) 추천합니다.
'● 카메라메고 떠나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빛으로 세계유산을 밝히다 <서울빛초롱축제> (0) | 2014.11.18 |
---|---|
2014년 마지막 단풍길 드라이브 - 남한산성 (0) | 2014.11.13 |
터덜터덜~ 우리 동네 한바퀴 (0) | 2014.10.26 |
영월의 색다른 명소 - 동강사진박물관 (0) | 2014.09.07 |
방화대교와 행주대교 사이 <행주산성공원> (0) | 2014.06.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