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이 이미 떠난 줄 알았는데 아니었습니다. 숨어 있었습니다.-
쉬는 날이면 백팔배 산사여행을 하는 날이라서 습관적으로 하늘을 쳐다보게 됩니다.
오늘은 아침부터 흐린 하늘에 비가 내리고 있네요. 가을비인지, 겨울비인지 모를....
비도 내리지만 컨디션도 좋지 않습니다. 감기에 몸살증세까지 왔습니다.
그렇다고 방구석에 죽치고 앉아서 TV만 때리는 건 제 체질에 맞지 않는 일입니다.
우리 동네에서 가까운 <행주산성>으로 오늘의 나들이 목적지를 정했습니다.
<행주산성>은 우리 동네에서는 한강다리(행주대교)만 건너면 만날 수 있는
가까운 거리입니다. 서울 시내 어디에서도 30분이면 갈 수 있는 곳입니다.
비맞은 늦가을의 아름다움.. 아니, 초겨울의 아름다움을 만나고 왔습니다.
길바닥에 누워 비를 맞는 낙엽까지도 아름다운 순수한 자연을 간직한 행주산성입니다.
▲ 행주산성 정문 매표소 앞, <행주산성 노천카페>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 옵니다.
▲ 말이 노천카페이지, 자판기 코너입니다..^^ 비를 맞으며 외롭게 서있습니다.
▲ 자판기에서 커피 한 잔을 뺐습니다. 벤치에 앉아 마시면서 가을비를 음미하면
좋겠지만 벤치 위에는 단풍잎들이 나보다 먼저 자리를 차지하고 비를 맞고 있습니다.
▲ 원래 계획은 행주산성 안에 들어가 정상에서 한강을 바라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자판기 옆으로 좁은 언덕길이 있고 입구에 예쁜 핑크색 간판이 보입니다.
그동안 행주산성에는 수도 없이 와보았지만 한번도 들어 가보지 않은 길이라서
들어가 보기로 합니다. 간판에 쓰인 <PASTORAL>이 호기심을 유발했던 것이지요.
▲ 계속해서 비는 내리고 있습니다. 우산을 들고있는 채로 카메라를 작동시키려니
꽤나 번거롭습니다. 렌즈에 맺힌 빗방울을 티슈크리너로 닦아가며 셔터를 누릅니다.
▲ 굽은 언덕길 길가에는 단풍나무들이 줄지어 있고 비에 젖은 잎새들이 애처롭습니다.
▲ 비맞은 단풍나무 가지에 매달린 잎새들을 닥치는대로 찍어 봅니다.
▲ 카메라 뷰파인더에서는 멋지게 보여 기대를 잔뜩했었는데 생각보다는 별로입니다...^^
▲ 언덕길을 돌아오르니 아담하게 생긴 붉은 벽돌의 2층 건물이 나타납니다.
▲ 왼쪽 언덕 옆으로 멋지게 디자인된 목재 사인이 빗물을 머금고 서있습니다.
<Pastoral>이란 글자 옆에는 <작은숲>이라고 세련된 필기체로 새겨놓았습니다.
제가 알고있는 'Pastoral'이란.. 대충 '전원생활(田園生活)' 정도였습니다만
궁금해서 알아보았더니 목자라는 뜻을 지닌 라틴어에서 유래한 프랑스어로서
[문학]적인 해석은 전원생활이나 목가적인 정서를 주제로 한 시문학을 말하며,
[미술]적인 해석은 로코코 시대에 유행하던 목가적인 풍경화를 뜻하며,
[음악]적인 해석은 목가적인 기악곡이나 성악곡을 말한다고 합니다.
▲ 간판 윗부분에는 나무로 조각한 앙증맞은 '솟대'를 붙여 놓았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솟대'입니다. 잘아시다시피 '솟대'는 마을 수호신의 상징으로 마을 입구에
세우는 장대이며 장대 끝에 나무로 깎아 만든 새를 붙여 세우는 것이지요.
▲ 붉은 벽돌 건물 가까이로 가봅니다. 투박하지만 멋부리지 않아서 더욱 마음에 듭니다.
▲ 이곳으로 오게된 목적이 카페에서 차를 마시려던 게 아니었기에 건물 내부에는
들어가지 않기로 합니다. 어쩌면 특정업체 홍보의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기에...^^
▲ 건물 앞마당에는 온통 낙엽으로 수북히 쌓여 있습니다.
▲ 건물 바로 옆에 서있는 단풍나무에 예쁜색깔의 잎새가 카메라 렌즈를 유혹합니다.
▲ 비만 내리는게 아니라, 바람까지 불어서 포커스 맞추기가 쉽지 않습니다.
▲ 비는 계속 내리고, 내려올 때 보았던 작은 안내간판 뒷쪽으로 뭔가 있는 것 같습니다.
▲ 낙엽히 수북히 쌓인 돌계단을 걸어 올라가 봅니다.
▲ 붉은색 지붕의 야외 비치파라솔 여러개와 함께 멋진 가을 풍경이 펼쳐 집니다.
옛날 한동안 유행하던 "비오는 날의 수채화"의 노랫말을 떠올리게 하는 풍경입니다.
그토록 길던 가을이 이젠 다 떠난줄로 알았는데 이곳에 꽁꽁 숨어 있었나 봅니다.
▲ 지금은 낙엽으로 쌓여있지만 겨울에 눈이 내린 풍경을 상상해보니 눈내리는 날에
꼭 다시 한 번 이곳을 찾아와야 될것만 같습니다.
▲ 야외공간 주변은 각종 나무들로 둘러싸였고 특히 단풍나무가 많이 있습니다.
▲ 내리는 빗방울이 점점 더 굵어지고 있습니다.
▲ 건물 뒷편에 서있는 산수유 나무에도 붉은 빛 선명한 산수유 열매가 달려 있습니다.
▲ 산수유 열매는 많이 찍어봤지만 이렇게 빗방울을 머금은 모습은 더욱 아름답네요.
▲ 붉은색으로 예쁘게 달린 이 열매는 산사나무 열매 같기도 하고, 꽃사과 같기도 한데,
열매 크기로 보아서는 산사나무에 가깝게 생각되지만 자신이 없습니다.
▲ 빗속에서 촬영을 마치고 내려 오는 길, 점점 비가 더 많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오후 네시 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 하늘이 어두워지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너무 오래 머무르는 바람에 행주산성 정상에 오르려던 계획은 결국 포기하고
가을비(겨울비?) 속에서 숨어있는 가을 단풍을 느껴본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가을의 고즈넉한 운치를 즐기기에 제법 좋은 이곳에 눈 내리는 겨울날에 오면 분명
또다른 멋진 풍경이 기다려 줄것을 기대해 봅니다.
이제야말로 정말 2014년의 가을은 이렇게 떠나가는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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