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남양주군 진접면 부평리 운악산(雲岳山) 기슭에 자리잡은 봉선사(奉先寺)는
대한불교조계종 제25교구 본사로서 서기 969년 고려 광종 20년 법인국사 탄문스님
께서 창건했으며, 조선 예종 때 왕의 어머니인 정희대비가 죽은 남편 세조의 능을
운악산으로 이장하여 광릉이라 명칭하고 이 절을 세조의 명복을 비는 사찰로 삼아
'선왕을 받든다'는 뜻으로 봉선사(奉先寺)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서기 1551년 교종의 수 사찰로 지정되어 교종의 승과고시를 치루고 스님들이 모여
교학을 익히는 도량으로서 한국불교의 교종 대본산으로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일제 강점기에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국무위원을 역임한 태허(운암 김성숙)스님과
운허스님(이학수 : 항일투사 불경 번역가)이 머물렀고, 운허의 친척 형뻘이 되는
이광수도 은거한 일이 있었는데, 이 때문에 이광수 기념비가 사찰 입구에 세워져
있으며, 우리나라 최초로 한글현판을 단 큰법당, 법당 사방 벽의 한글<법화경>과
한문 <법화경>을 동판에 새겨놓은 한글사랑의 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2013년 10월 18일 촬영)
포천의 명소인 광릉 수목원길을 기분좋게 지나가다보면 길가의 좌우로 아름드리
나무들이 수없이 이어집니다. 아직은 단풍이 들지 않았지만 가을 냄새는 나네요.
잘 아시다시피 봉선사는 광릉수목원길의 끝자락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드디어 봉선사 초입에 세워진 일주문(一柱門) 앞에 도착했습니다.
여느 절과는 달리 봉선사 일주문은 4개의 기둥이며 한글 현판이 걸려 있습니다.
교종 수사찰의 위엄을 보여주듯 금단청으로 채색하였으며 어칸의 앞쪽에는
"운악산 봉선사" 뒷쪽에는 "교종본찰봉선사"라는 편액을 봉안하였습니다.
일주문 을 지나 사찰 경내로 들어가다보면 왼쪽편으로 연꽃밭이 있습니다.
매년 여름이면 연꽃축제가 열리는데 지금은 대부분 말라서 고개를 숙인 상태입니다.
한편 그 윗쪽으로는 옛날 승가원 터였던 곳에 경치좋은 작은 호수가 있습니다.
마침 시원하게 분수를 쏘아 올리고 있어 멋진 장면을 연출해 주네요.
연못 위 하늘을 바라보니 코발트 빛 배경에 노란 가을잎이 가슴을 탁~ 트이게 합니다.
아~ 이렇게 가을에 취해 있으면 안되겠죠.. 부처님 부터 만나고 가을에 취해야지요..^^
얕은 경사로를 오르면 수령이 500년이 넘은 느티나무 보호수 한그루가 반겨줍니다.
500년 전에 세조의 비인 정희왕후가 심은 건데, 높이 21미터, 둘레가 5미터나 됩니다.
느티나무 옆에는 독특한 모형의 조형물과 하마비가 있습니다.
이 얼굴 조형물상은 숫자가 백팔개의 얼굴인가 봅니다 "물처럼 바람처럼"이라는
제목下에 "세상사는일, 번뇌망상이 많아 그 모습들을 백팔장승으로 표현하였다..."
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이 중에서 여러분의 얼굴은 어떤 모습일까요?
언덕 위에 웅장하게 서있는 청풍루(淸風褸)는 최근에 지은 정면 5칸, 측면 2칸의 규모로
앞면에는 서예가 김응현(金鷹顯)이 쓴 '청풍루(淸風褸)', 뒷면에는 배길기(裵吉基)가 쓴
'설법전(說法殿)'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습니다.
오른쪽에는 불천회관(佛泉會館)이란 편액이 걸렸고, 내부에는 석가여래좌상과 후불탱을
모셨으며, 매년 방학을 이용해 절을 찾는 청소년들의 수련대회 장소로 사용한다고 합니다.
설법전 아래 들어가는 문은 천왕문을 대신하는데 천왕상이 벽화로 그려져 있습니다.
설법전 옆에 있는 작은 전각의 문을 통해서 바라보니 바삐 걸어가는 스님이 보이네요.
대웅전 앞마당에 서서 합장하고 법당을 바라봅니다.
대웅전은 정면 3칸 측면 2칸 규모의 팔작지붕 건물로, 일반적으로 석가여래를 모신
전각을 "대웅전"이라고 하는데, 불교 대중화에 진력하신 운허 스님의 뜻에 따라
"큰법당"이라고 한글로 이름하였습니다.
봉선사만의 큰 특징 중 하나는 한글로 적힌 편액과 주련이 많이 걸려있다는 점이며
"큰법당" 편액은 운봉(雲峰) 김인석 선생의 작품이라고 합니다.
내부에는 금동석가여래좌상과 문수·보현보살좌상의 삼존불을 모셨습니다.
삼존불 위로 화려하고 웅장한 닫집이 눈길을 끕니다.
큰 법당 앞에서 바라본 봉선사 삼층석탑입니다.
탑의 아래부분의 탑문(塔文)을 보면... 높이는 25척, 운허스님이 스리랑카에서
부처님 사리를 모셔와 봉안하였고 1972년 4월에 세웠다고 적혀 있습니다.
삼층석탑 앞쪽으로 보이는 설법전입니다.
중앙에 펄럭이는 대형 태극기가 이채롭습니다.
설법전은 아까 들어올 때 보았던 청풍루의 뒤쪽이 되겠습니다.
정면 5칸 측면 3칸 규모의 팔작지붕 형식인 관음전(觀音殿)입니다.
관음전 내부에는 닫집을 갖춘 감실형의 불단이 있으며, 목조관음보살좌상과
1999년에 금어 하정(霞亭) 박정원(朴貞元)이 조성한 관음탱이 있습니다.
방적당(放跡堂)은 정면 5칸, 측면 8칸 규모의 'ㅁ'자형의 건물로,
1973년에 만허스님이 주지일 때 정씨문수행의 도움으로 신축된 건물입니다.
방적(放跡)은 발걸음을 좀 자유롭게 놓아 준다는 뜻으로서 스님들이 첫단계의
수행을 마치고 다시 다듬는 분들이 사는 곳이란 뜻이라고 합니다.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는 당우인 선열당(禪悅堂)입니다.
선열당은 애초에는 객실로 사용하려고 지은 것인데 관리에 어려움이 있어
현재는 수좌스님들의 해제철 해랑방사(解囊房舍) 등의 용도로 사용하고있다네요.
법당 뒤 언덕 위에 자리한 조사전(祖師殿)은 정면 3칸 측면 1칸 규모의
맞배지붕 건물로 봉선사 조사스님들의 진영을 모시고 있습니다.
지장전(地藏殿)은 정면 5칸, 측면 3칸 규모의 팔작지붕 형식의 전각입니다.
이 건물은 원래 어실각(御室閣)으로서 세조대왕과 정희왕후의 위패를 모셨었는데
한국전쟁으로 전소된 후 정부의 지원으로 복원하여 지장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내부에는 목조지장보살좌상을 중심으로 도명존자·무독귀왕·시왕 등 명부권속과
1999년에 금어 박정원씨에 의해 조성된 지장탱을 봉안하였습니다.
개건당(開建堂)은 봉선사의 중건 공덕주인 鄭文殊行의 진영을 봉안하고 있습니다.
정면 3칸, 측면 1칸 규모의 맞배지붕 건물인 삼성각(三聖閣)은 봉선사 내에서
한국전쟁 때 소실되지 않은 유일한 전각이라고 합니다.
건물의 정면에는 북두각(北斗閣), 독성각(獨聖閣), 산령각(山靈閣) 등의 현판을
달았으나 일반적으로 삼성각(三聖閣)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범종각(梵鐘閣)에는 보물 제 397호인 봉선사 대종이 봉안되어 있습니다.
그 옆으로 범종루가 또 있는데, 법고를 보수하는 중인지 흰천을 둘러 놨네요.
범종루와 범종각, 두개의 종... 무슨 사연인지 이것도 좀 특이 하네요.
어실각(御室閣)으로 인해 봉선사 주지는 조선 왕실로부터 봉향판사(奉香判事)의
작위를 수여 받았는데, 판사관무헌(判事官務軒)은 역대 봉향판사(주지스님)가
머물던 곳이었다고 합니다.
설법전(청풍루) 추녀에 달린 풍경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습니다.
단청을 하지 않은 목재가 오히려 고풍스럽기까지 합니다.
큰 행사때 공양준비를 위해 사용하는 대형 무쇠 가마솥입니다.
완전히 익은 붉은 가을보다 저는 이런 가을색을 좋아합니다.
소나무를 타고 오르는 담쟁이도 어느덧 붉게 물들었습니다.
봉선사 입구 연밭 옆에 있는 찻집(카페형식)에는 연인들의 속삭임이 정겹습니다.
근데... 느낌이 어째 수상해 보입니다. 중년의 불륜 관계라는 느낌이 드네요..^^
그들이 앉아있는 머리 위로 노란 가을잎이 역광을 받아 아름답게 빛납니다.
양지바른 곳에 앉아서 책을 읽고있는 건전한(?) 여인의 모습....
너무 멋있어서 멀리서 한 컷트 찍고 가까이 가보니 얼굴이 안 이뻐서 그냥 왔슴다..^^
은행나무도 이제 노오란 가을색깔로 변해가고 있네요.
(참고로 가을 잎은 역광으로 찍어야 멋잇게 나옵니다. 이미 다들 아시겠지만..^^)
봉선사에는 단풍나무가 그리 많지 않네요. 그나마 이쁜 잎을 골라 찍어 봤습니다.
파아란 하늘색 때문에 평범한 나무가지도 이렇게 멋진 풍경을 만들어 주네요.
이렇게 뻥~ 뚫린 낙엽잎을 보면 괜히 서글퍼 집니다. 꼭 내마음 같아서요..(-_-)..
색갈이 참 곱지요? (역광일 때 이런 고운색이 나온다는 거...^^)
이게 무엇인지 아세요? 벌? 나비?
이것은 <벌새>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책이나 TV에서 사진으로만 보던 것인데,
오늘 평생 처음으로 벌새를 보았습니다. 찍으려 하면 도망가고, 도망가고...
봉숭아 꽃에 앉아 있는 놈을 이리저리 쫓아 다니다가 겨우 한장을 건졌습니다.
가을이 깊어가는 봉선사를 뒤로하고 산사를 내려옵니다.
이곳이 어디냐구요?
봉선사에서 백팔배를 마치고 돌아 오는 길에 구리 한강공원에 잠시 들렸는데,
아직까지도 코스모스가 만발해 있네요..
2013년 10월 18일.. <다빈치>의 백팔배 사찰순례는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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