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사찰 제82호인 백화암(白華庵)은 대한불교조계종 제25교구 본사인 봉선사(奉先寺)의
말사(末寺)로서 경기도 양주시 유양동 불곡산(佛谷山) 중턱에 자리잡은 천년고찰입니다.
불곡산(佛谷山)은 대동여지도에서 양주의 진산이라고 표현되었을만큼 산세가 빼어나고,
정상과 암봉에서의 전망이 뛰어나 사철 많은 등산객들이 즐겨 찾는 아름다운 산입니다.
신라 효공왕2년(898년) 풍수리지설로 유명한 도선(道詵)스님이 창건하여 불곡사(佛谷寺)라
불렀는데, 임진왜란 때 불탄 것을 1598년 광종(廣宗)이 중건하고, 1923년 월하(月河)스님이
중창하였으나 6.25전쟁 당시 사찰 모두가 불에 타 없어지게 됐고 1956년 성봉(性峰)스님이
복원하면서 지금의 이름인 백화암(白華庵)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백화암(白華庵)의 전신이 불곡사(佛谷寺)가 맞다면 불곡사는 조선 초기에 불곡산(佛谷山)에
있었음을 <신증동국여지승람>을 통하여 알 수 있습니다.
백화암에는 중요한 문화재는 없지만, 수령이 350년 된 보호수와 불곡산 정상을 오르는 길에
웅장한 바위절벽을 깎아서 만든 마애삼존불(磨崖三尊佛)이 중요한 볼거리라 할 수 있습니다.
(2014년 4월 25일 촬영)
▲ 서울에서 의정부를 지나 3번 국도로 들어서면 새롭게 단장한 양주시청을 만나게 되고
계속해서 파주방향으로 약 10분 정도를 달리면 도로변 우측에 안내표지석이 서 있습니다.
'불국산백화사(佛國山白華寺)'라고 새겨져 있는데, 불국산은 불곡산의 옛이름인 듯합니다.
▲ 사찰로 오르는 길은 차 한대가 겨우 다닐 수있는 아주 경사가 심한 좁은 산길이지만
콘크리트 포장이 잘 되어 있고 바닥면에는 친절하게도 글자로 유도싸인을 해 놓았네요..^^
▲ 꼬불꼬불 경사진 좁은 산길을 약 1km정도 올라 사찰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거대한 바위 옆면에는 '白華庵'이란 글자 밑에 두사람의 이름이 새겨져 있는데
어떤 용도로 새겼는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 사찰 입구 오른 쪽 언덕 위에는 道路佛事功德碑(도로불사 공덕비)가 세워져 있습니다.
경사가 심한 산중턱까지 도로공사를 하느라 공사비가 많이 들고 고생도 많았나 봅니다.
▲ 모퉁이를 돌아드니 경사진 언덕길 위쪽으로 주차장과 사찰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올려다보니 커다란 느티나무 뒤로 대웅전 지붕이 보입니다.
▲ 대웅전 앞 뜨락 위에 사방으로 가지를 뻗은 느티나무는 높이 28미터, 둘레 3.8미터,
수령이 약 350년이 된 거목입니다.
넓게 뻗어나간 나무가지처럼 부처님의 법이 사방으로 뻗어가길 서원하면서 심었다는
이 느티나무는 6.25동란 때 불타버린 사찰을 꿋꿋이 홀로 지켜낸 자랑스러운 나무입니다.
▲ 2002년 경기도 보호수로 지정된 이 나무는 관리책임자를 선정해 특별보호하고 있는데,
보호수의 지정은 보존 가치가 있는 노목, 거목, 휘귀목에 대해서 지정사항 고시와 함께
안내 표지판을 설치해 보호하게 됩니다.
▲ 보호수 느티나무 아래 서있는 이 선정비(善政碑)는 조선 헌종2년(1841)에 세운 것으로
당시 양주목사 서염순(徐念淳)의 선정을 기리기 위한 비석으로 높이는 대략 133cm입니다.
지방 관리의 선정비가 관아도 아닌 사찰 경내에 서있게 된 내력이 궁금한데, 조선 후기의
혼란한 사회상과, 백화암이 당시 관리들과의 관계를 짐작케 해주어 흥미롭습니다.
▲ 백팔배 참배를 하기 위해 대웅전으로 갑니다.
초파일 부처님 오신날 행사를 위해 앞마당 한가득 연등이 걸려 있습니다.
▲ 대웅전(大雄殿)은 정면과 측면 각 3칸 규모의 다포계 팔작지붕 형식의 법당으로서
옛 대웅전을 허물고 1999년 새로 지은 전각이라고 합니다.
▲ 대웅전 내부 전경입니다.
▲ 중앙 불단에는 금동으로 조성한 석가여래좌상을 중심으로 관세음보살과 지장보살이
좌우에서 협시하여 삼존불(三尊佛)을 이루고 있는 형태로 모셔져 있으며, 삼존불 뒤로
영축산에서 설법하는 모습을 그린 석가모니후불탱이 걸려 있습니다.
▲ 중앙 불단 좌우에 'ㄷ'자 형태의 벽면에는 황금색 천불상을 봉안하였습니다.
▲ 한편, 동쪽 벽면의 별도 불단에는 신중탱(神衆幀)이 봉안되어 있는데
석가모니 후불탱과 신중탱은 모두 1999년에 조성 봉안된 것이라고 합니다.
▲ 백팔배를 마치고 법당 문을 통해 내다본 앞마당에는 느티나무 보호수가 보입니다.
▲ 나보다 조금 늦게 법당에 들어온 보살님 한분이 열심히 백팔배를 하고 있습니다.
▲ 대웅전 현판 좌우에 청룡과 황룡이 여의주를 입에 물고 눈을 부릅뜨고 있습니다.
▲ 대웅전 앞마당의 삼층석탑(三層石塔)은 최근에 세워진 것으로 보이는데
강릉의 신복사지 삼층석탑(神福寺址三層石塔)을 그대로 모방한 형태입니다.
신복사지 삼층석탑의 기단은 이중기단으로 최하단을 연화대좌로 장식한데 비해
이 석탑은 연화대좌 아래에 방형의 기단석이 한 단 더 있어 3중으로 되어 있습니다.
▲ 이 석탑을 세우면서 기단석에 끼워 넣은 석조연화사각대좌(石造蓮花四角臺座)는
그 용도가 불확실하지만 석탑의 부재이기 보다는 석등이나 불상대좌의 하대석이었을
가능성이 커보이며 연꽃무늬의 형태나 귀꽃의 크기 등을 보아 신라 말이나 고려 초의
것으로 보여 절의 창건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짐작하고 있습니다.
▲ 석탑 앞에 무릎을 꿇고 공양을 올리는 보살상 대신 동자상이 있는 점도 특이합니다.
▲ 대웅전 앞마당 서쪽편에 위치한 원통전(圓通殿)은 정면3칸, 측면3칸의 맞배지붕으로
원래 주지실로 사용되던 건물을 개조한 것이라고 합니다.
▲ 원통(圓通)이란 관세음보살이 모든 곳에 두루 원융통(圓融通)을 갖추고 중생의 고뇌를
소멸해 준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며 관세음보살을 모셨기에 관음전(觀音殿)이라고도 합니다.
▲ 내부에는 세칸으로 구분하였는데, 중앙칸은 작은 불단위에 관세음보살을 모셨으며
한칸은 문을 달아 스님의 공간, 남은 한칸은 차를 마실 수있는 공간으로 만들었습니다.
▲ 원통전 뒤편에는 다비굴뚝이 있고, 자그마한 지장보살석불을 세워 놓았습니다.
▲ 원통전 우측 옆에는 두레박으로 물을 퍼올리는 다로정(茶露井)이 있습니다.
'차를 다려서 내리던 이슬처럼 맑고 시원한 물이 샘솟는 우물'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 우물 옆에는 오랜 옛날 시골에서나 볼 수 있던 두레박이 놓여 있습니다.
▲ 대웅전 앞마당 3층석탑 앞쪽에 자리한 설법전(說法殿)에는 시민선원(市民禪院)이란
현판이 같이 걸려 있는 걸로 보아 평소에는 신도들의 선방(禪房)으로 쓰이나 봅니다.
▲ 대웅전 뒤편 서쪽 언덕 위에 삼성각(三聖閣)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 삼성각(三聖閣)은 산신(山神), 칠성(七星), 독성(獨聖)을 함께 모신 당우(堂宇)입니다.
삼성(三聖)은 불교가 한국 사회에 토착화하면서 고유의 토속신앙이 불교와 합쳐져 생긴
신앙 형태로 일반적으로 사찰 맨뒤쪽에 자리하며, 각 신앙의 존상과 탱화를 모시고 있습니다.
▲ 내부에는 존상(尊像)들 없이 칠성·독성·산신탱 등 3점의 불화만을 봉안하였는데,
이들 탱화는 대웅전의 탱화들과 함께 1999년에 조성된 것이라고 합니다.
▲ 삼성각 앞에서 내려다본 대웅전의 모습입니다.
▲ 대웅전 동쪽 옆에는 불곡산 정상으로 오르는 등산로 입구에 "마애불 가는 길"
표지판이 세워져 있습니다.
▲ 백화암에서 가장 멋진 볼거리인 <마애삼존불>로 오르는 산길은 가파른 경사로를 따라
200m정도를 올라가야 합니다.
▲ 마애불 있는 곳까지 나무들 사이사이에는 초파일 연등을 예쁘게 매달아 놓았습니다.
▲ "부스럭" 소리에 옆을 돌아보니 저와 눈울 마주친 귀여운 다람쥐 한마리가
꼼짝도 하지않고 내 눈치를 살피고 있습니다. 귀여운 녀석, 겁은 많아 가지고...^^
▲ 드디어 백화암의 자랑거리인 마애삼존불(磨崖三尊佛) 앞에 도착했습니다.
큰 바위에 잔잔한 글씨로 새겨진 것은 <불곡산백화암마애삼존불조성연기문>입니다.
▲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니 8미터가 넘는 자연 암석에 새겨진 마애불은 엄청난 규모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아마도 국내에 몇 되지 않는 대규모의 마애삼존불이 아닌가 싶습니다.
▲ 중앙의 아미타불좌상(阿彌陀佛坐像)과 좌우에 관세음보살입상(觀世音菩薩立像),
대세지보살입상(大勢至菩薩立像)으로 이루어진 마애삼존불(磨崖三尊佛)은 유난히도
흰색의 석질을 띄고 있으며 4년여에 걸쳐 완성했을 만큼 웅장한 규모를 자랑합니다.
▲ 중앙의 아미타불은 앉은키가 3.3미터로 연화대좌 위에 결가부좌한 자세로 앉아 있습니다.
좌측의 대세지보살입상은 보관에 정병을 새기고 합장한 모습으로 키가 7.2미터나 됩니다.
우측의 관세음보살입상(觀世音菩薩立像)은 보관에 화불(化佛)을 새기고 정병을 들고 있습니다.
▲ 완공된지 10여년에 불과한 작품이지만 그 웅장함과 정교한 양각의 표현으로
살아 숨쉬는 듯한 표정과 몸짓이 느껴져 백화암의 또다른 기도처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 마애불에서 내려오면서 바라본 대웅전, 가을이면 단풍이 꽤 아름다울 것 같습니다.
▲ 경내를 두루 둘러보고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길, 가뭄에도 물이 마르지 않고
한겨울에도 얼지 않는다는 시원한 약수 한 모금으로 목을 축이고 내려옵니다.
화려함이 없는 아담하고 소박한 절집, 신라 천년의 향기가 흐르는 백화암....
일주문도, 천왕문도, 범종각도 없지만 350년 수령의 느티나무 보호수와
170년 연화대좌만이 세월을 이고지고 온 사찰 백화암....
잔인한 달 4월 마지막 주말의 사찰탐방, 아름다운 풍경들을 만나고 왔습니다.
오늘의 백팔배 사찰탐방...
지금까지 경기도 양주시 불곡산 백화암에서 <다빈치>였습니다.
불자님들, 성불하십시오....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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