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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由來가 있었네

나는 꿔다 놓은 보릿자루입니다.

by 다빈치/박태성 2010. 1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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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럿이 모이는 어떤 자리에서.. 있는 둥, 없는 둥,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듣기만하는 사람을 보고 ‘꿔다 놓은 보릿자루’ 라고들 합니다.


저 역시도, 숫기가 없어서 초면인 사람들이 여럿 모이는 자리,

특히 인터넷 오프라인 모임에 익숙하지 못해서 그런 모임에 처음으로

나가게 되면 괜히 어색해서 말없이 그냥 듣고만 있는 편입니다.


오늘은 ‘꿔다 놓은 보릿자루’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연산군은 백성을 다스리는 데는 소홀한 채

술과 놀이만 일삼던 그야말로 폭군 임금이었습니다.

임금이 백성을 돌보지 않자, 나라는 점점 어지러워지게 되었습니다.


"허- 왕께서 허구한 날, 술과 계집의 치마폭에서 헤어날 줄을 모르니..

나라꼴이 말이 아니오."


"그러게 말이오. 옳은 말을 하는 신하는 멀리하고 간신들의 아첨에만

귀를 기울이니... 원, 참..."


"이럴게 아니라, 뜻 맞는 사람끼리 뭔가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겠소?

임금을 몰아내든지 해야지, 이거야 원..."


"쉿! 누가 듣겠소. 자, 사람들 눈을 피해 조용한 데서 얘기합시다."


연산군의 그러한 행동을 보다 못한 몇몇 뜻있는 신하들이 비밀리에

일을 꾸미기 시작했는데, 그들은 연산군을 몰아내고 나라를 바로잡고자

뜻을 모은 성희안, 박원종 등의 신하였습니다.


"오늘 밤 모두들 박원종의 집으로 모이시오.

마지막으로 내일 할 일을 하나하나 점검해 보아야겠소."


뜻을 같이한 사람들이 다 모이자, 성희안은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자, 이제.. 여러분 각자 어떤 일을 맡았으며, 준비에 차질은 없는지

돌아가면서 한사람씩 말해 보시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모두 다 돌아가면서 이야기를 하는데

오직 구석에 앉은 한 사람만 입을 꼭 다물고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달빛도 없는데다 비밀이 새어 나가지 않도록 하기위해

방안에 촛불도 켜지 않은 터라, 그가 누군지 알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성희안은 가만히 그 방에 모인 사람들을 세어보았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모이기로 한 사람보다 한 명이 더 많았습니다.


"박 대감, 이 방에 염탐꾼이 들어와 있소."


박원종도 흠칫 놀라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염탐꾼이 있다면 내일 벌이기로 한 거사가 물거품이 되는 것은 물론,

오늘 밤 여기에 모인 사람들도 하나도 살아남지 못하게 되지요.


그러나 박원종이 아무리 살펴봐도 염탐꾼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성 대감, 대체 누굴 보고 그러시오?"


성희안은 입을 다물고 조용히 한 사람을 손가락으로 가리켰습니다.


성희안이 가리키는 것을 바라보던 박원종은 껄껄 웃습니다.

"하하하! 성 대감, 그건 사람이 아니라, 내가 내일 큰일을 하기 위해서

꿔다 놓은 보릿자루요."


성희안이 정말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것은 보릿자루였습니다.

거기에 누군가 갓과 도포를 벗어놓아 영락없이 사람으로 보였던 거지요.


"허 허, 내가 너무 긴장했나 보군요.

꿔다놓은 보릿자루를 사람으로 착각하다니.....!"


그 뒤로, 어떤 모임자리에서 있는 둥, 없는 둥, 아무 말도 없이

그저 듣고만 있는 사람을 가리켜 '꿔다 놓은 보릿자루' 같다고

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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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국어학자도, 국어선생도, 국어를 전공한 사람도 아닙니다.

이곳에 올리는 우리말의 유래에 대한 글은.. 우연한 기회에 업무적으로

우리말의 어원과 유래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우리말 사전,

국어학자의 의견, 또는 웹서핑을 통해 얻는 자료를 정리한 것이며, 대부분

학술적인 것보다는 재미있는 민간어원설을 기초로 한 것들이 많습니다.

이 글과 관련하여 또 다른 내용을 아시거나, 이견(異見)이 있으신 분은

댓글로 의견을 주시면 제 개인적 자료수집에 많은 도움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