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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由來가 있었네

궁하면 통한다...?

by 다빈치/박태성 2010. 10.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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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흔히 쓰는 속담에 "궁하면 통한다."라는 말이 있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매우 궁박한 처지에 이르게 되면 도리어 펴 나갈

길이 생긴다는 뜻의 속담'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주역(周易)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궁즉변(窮則變), 변즉통(變則通), 통즉구(通則久).’

궁(窮)하면 변(變)하고, 변하면 통(通)하고, 통하면 오래간다(久)는 뜻이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하듯이, 아무리 어려운 일을 당해도

헤쳐 나갈 방법이 생기고, 죽어라 죽어라 하고 어려운 일이 계속 겹쳐오더라도

사람은 살아가기 마련이다. 무슨 일이건 궁극에 도달하면 변화가 생기기 때문이다.

 

세상만사는 변화하고, 유전하고, 반복하고, 순환하는 것이 역(易)의 이치이다.

‘가면 돌아오지 않는 것이 없다. 이는 하늘과 땅이 서로 교제하기 때문이다‘라고

주역에서 이르듯이 세상일은 한 번 성하면 쇠하고, 넘어지면 일어나게 되어 있다.

하늘과 땅의 이치가 이러할진데 인간의 흥망성쇠쯤이야 오죽하겠는가?



그런데... 자료를 수집하던 중에 '궁하면 통한다.'라는 말이 생겨난 유래에 대해서

아주 재미있는 민간 어원설이 있기에 소개해 보고자 한다.


옛날 황해도 어느 고을에 만수(萬壽)라는 총각이 살았는데 가난한 살림에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글도 배우지 못해 스무살이 넘도록 장가도 들지 못해 커다란 덩치에

머리를 칭칭 따아서 늘이고 다녀야만 했다.


그러나 꽤 영리한 편이고 또 부지런하여 동네 사람들에게 인심만은 잃지 않았다.

만수의 유일한 소원은 장가를 드는 일이었다. 하지만 만수의 형편이 이 모양인지라

누구하나 그에게 딸을 주려고 하지 않았다.


마침 같은 동네의 부잣집 김좌수(金座首)에게는 과년한 딸이 하나 있었는데

얌전함도 으뜸이요, 인물 또한 으뜸이어서 웬만한 혼처는 거들떠보지도 않다가

그만 혼기를 놓쳤던 것이다.


이러한 김좌수의 딸을 마음에 두고 있던 만수는 어느 날 좋은 묘책이 떠올랐다.


한참 농사일에 바쁜 때이지만 장가드는 일이 급한 만수는 김좌수 댁을 찾아갔다.

몇몇 하인들은 모두 농사일로 들에 나간 모양이라 거침없이 대문 안으로 들어가서

그 처녀가 거처하는 방 앞에 가서 가만히 동정을 살폈다.


처녀는 방에서 홀로 바느질을 하고 있었다.

만수는 서슴치 않고 처녀의 방문을 홱~ 열고는 다짜고짜로,

"궁(宮)?" 하고 외마디 소리를 지르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어나와 버렸다.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처녀는 어리둥절하여 소리조차 지르지를 못했다.

더구나 '궁' 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는 더욱 알 까닭이 없었다.


이런 일이 있은 후, 만수는 위아래 온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소문을 퍼뜨렸다.

" 나는 우리 동네 김좌수 댁 따님과 '궁' 했다." 라고.......


이 소문은 순식간에 온동네에 퍼져 나갔다.


" 여보게들, 만수 총각이 김좌수 댁 따님과 궁했다는데 그게 무슨 소린가? "


" 그것도 모르겠나? 만수가 그 댁 따님과 정을 통했다는 말이지 뭔가. "


" 그래? 그게 정말 사실일까 ? "


" 만수가 무식하기는 해도 거짓말은 안한다네. 노총각이니 있을 법도 한 일이고..."


" 그런데 과연 김좌수가 만수에게 딸을 줄까 ? "


" 안 주면 별 수 있겠나? 이왕 그렇게 된 바에야 도리 없지 않겠나."


드디어 이러한 소문을 듣고 노여움에 치를 떨면서 김좌수가 딸에게 물었다.


" 너, 그게 사실이냐? "


" 소녀는 그런 짓을 저지른 일이 없사와요. 아버님... 억울합니다. "


눈물을 흘리며 아니라는 딸을 보고 귀여운 딸에 대한 몹쓸 누명을 벗기고자

김좌수는 고을 관가에 송사(訟事)를 걸었다.


만수와 김좌수, 그리고 그의 딸이 관가에 불려가서 재판을 받게 되었다.


" 듣거라, 본관이 묻는 말에 이실직고하지 않으면 관명(官命)을 쫓지 않은 죄로

호된 벌을 면치 못하리라. 알겠느냐? "


" 예....."  세 사람은 사또 앞에 깊이 머리를 조아렸다.


" 그러면.. 만수에게 먼저 묻노니,

너는 모월 모일 모시에 김좌수의 딸이 거처하는 방에 가서 궁한 사실이 있느냐 ?"


만수가 대답한다.  " 네, 그러한 사실이 있사옵니다."


" 궁이라 함은 김좌수의 딸과 관계를 맺었단 말이렸다 ?"


" 사또께서 통촉하옵소서."


" 다음, 딸에게 묻노니, 만수가 모일 모시 너의 방으로 와서 궁한 사실이 있느냐?"


" 네, 그런 사실은 있사옵니다."


딸의 대답은 만수가 다짜고짜 방문을 열고는 말로써 "궁"하고 달아나 버린데 대한

사실만을 뜻하는 것이었으나, 듣기에 따라서는 과년한 처녀가 춘정을 못 이겨서

건강한 총각인 만수를 불러들여 관계를 맺은 것으로도 들리는 대답이었다.


이윽고 사또는 만수와 김좌수의 딸이 혼인을 하라는 판결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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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국어학자도, 국어선생도, 국어를 전공한 사람도 아닙니다.

이곳에 올리는 우리말의 유래에 대한 글은.. 우연한 기회에 업무적으로

우리말의 어원과 유래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우리말 사전,

국어학자의 의견, 또는 웹서핑을 통해 얻는 자료를 정리한 것이며, 대부분

학술적인 것보다는 재미있는 민간어원설을 기초로 한 것들이 많습니다.

이 글과 관련하여 또 다른 내용을 아시거나, 이견(異見)이 있으신 분은

댓글로 의견을 주시면 제 개인적 자료수집에 많은 도움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