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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귀신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우리는 종종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라는 속담을 인용해서 씁니다.
이 속담은 ‘귀신도 감탄하여 곡을 할 정도로 일이 기묘하고 신통하다.’라는
의미로 쓰인다는 것은 다들 아실 겁니다.
귀신이 곡(哭)을 한다는 것은...
귀신이 엉엉~ 소리 내어 한을 토하며 운다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 속담이나 전설, 그리고 무속신앙 속의 귀신들은 대개가
생전의 깊은 원한, 억울하고 원통한 사연, 비명횡사(非命橫死)등으로 하여
저승에 들지 못하고 이승에 악귀로 남아 산 자들을 괴롭히는 귀신들입니다.
이 귀신들은 한 많은 원귀들이라서 대개 곡(哭)을 하면서 나타납니다.
하지만, 귀신은 세상사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 편이 많기 때문에
한을 크게 가지는 경우는 죽기 전의 상황과 비슷하죠.
그런 귀신이 곡을 한다는 것은 너무너무 억울한 일 이라는 것을 말합니다.
“귀신이 곡(哭)할 노릇이다.” 라는 속담의 유래는
상사병(相思病)으로 목매어 자살한 처녀귀신이 그녀가 사모했던 총각이
무과시험에 급제하지 못하도록 끊임없이 훼방을 놓지만,
그 사정을 알게된 시험 감독관의 꾀에 그만 넘어가 뜻을 이루지 못하자,
대성통곡을 하면서 도망쳤다는 이야기에서 유래 했다고 전합니다.
조선시대에 유명한 장수가 있었습니다.
그의 부모님은 이 아이가 대여섯살이 되면서 공부를 시켰는데
공부는 딴전이고, 맨날 하는 일이 활을 만들어 사냥을 다녔다고 합니다.
제발 공부하라고 때려보기도 하고,
굶기기도 하고, 얼러 보기도 하는 등.. 갖은 방법을 강구해
공부를 하게 했어도 아예 책은 거들떠보지도 않았습니다.
아이는 무럭무럭 성장하여 활 쏘는 솜씨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지요.
날아가는 참새도 활을 쏘면 백발백중 명중시키는 명사수가 되었습니다.
무과에 급제하여 장수가 되는 것이 소원이었던 이 청년은
드디어 과거시험을 보러 한양으로 길을 떠나게 됩니다.
길을 가던 도중에 날이 저물어 어떤 집에서 하루밤 묵게 되었는데
그 집에 예쁜 처녀가 하나 있었습니다.
그 처녀는 첫눈에 이 청년에게 반하고 말았고
처녀의 아버지인 집 주인도 청년을 보니 예사롭지 않은 데가 있어
일부러 딸에게 접대를 시켰으나 청년은 처녀가 들어오기만 하면
호통을 쳐 내보내곤 했습니다. 시험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죠..
다음 날 아침, 길을 떠나려고 문을 여니 처녀가 문턱에서 목을 매어
죽어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너무 놀랍고 당황스러웠지만
과거시험을 포기할 수 없는 일인지라 과거 시험장으로 갔습니다.
무과 시험장에 가서 실기시험으로 다섯 발의 화살을 쏘아야 하는데
세발은 정확히 과녁을 맞추는데 이상하게 네발, 다섯발은 맞지 않는 겁니다.
평소에는 그냥 쉽게 명중시킬 수 있는 거리인데 말입니다.
무과 시험이 3년에 한 번씩이라 한번 떨어지면 3년을 기다려야 합니다.
그래서 그 다음 시험에 또 응시했는데, 또 네발째 부터는 안 맞는 겁니다.
또, 3년을 기다려 어언 나이가 30을 바라보게 될 때 무과시험에 응시했는데,
세발을 명중시키고, 네 발째 쏘려고 하니까 눈물이 앞을 가리는 겁니다.
매번 그랬듯이 또 안 맞을까봐....
시험 감독관이 이 청년의 모습을 지켜보고는 사연을 물었습니다.
청년은 감독관에게.. 자기는 세 번째 무과시험에 응시하고 있으며
평소에는 날아가는 참새 머리를 명중시킬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인데
이상하게 시험장에만 오면 네발째 부터 안맞는다고 사실대로 말을 했지요.
그랬더니... 이 시험 감독관이
“나는 몇 년째 자네를 지켜봤기에 자네의 실력을 익히 알고 있네.
전에도 세발은 정확하게 과녁 정 가운데를 맞추었으나, 자네가 가지고 있는
네 번째, 다섯 번째 화살에 아마도 처녀귀신의 마가 끼어 있는 것 같으니,
이미 과녁판에 명중되어 박힌 화살을 빼다가 쏘아 보게.“ 라고 하더랍니다.
이미 쏜 화살을 과녁판에서 빼서 다시 쏘는 것은 규정에 없는 일입니다.
감독관의 배려로 청년은 과녁에서 뺀 화살로 다시 조준을 합니다.
그때였습니다. 갑자기 귀신이 우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절대로 감독관 말을 듣지 말라는 귀신의 우는 소리가 청년의 귀를
찌렁찌렁 울리더랍니다.
귀신의 곡소리를 들으며 활시위를 당겨 네 발째를 쏘았더니 명중,
다섯 번째 화살을 쏠 때는 귀신의 곡소리가 더욱 더 크게 들렸더랍니다.
그러나 아랑곳하지 않고 화살을 당겨 다섯 발째도 또 명중하였고
이 청년은 그렇게도 원하던 무과에 급제해서 훌륭한 장수가 되었습니다.
그 일이 있은 후로
너무 황당한 일을 당했을 때 "귀신이 곡한다."는 표현이 나왔다고 합니다.
세상에는 귀신이 못할 일이 없을진대,
귀신조차도 황당하고 어이가 없는 일일 때 이렇게 표현하는가 봅니다.
그러니까.. 귀신도 황당해서 손을 쓸 수 가 없는 상태를 뜻하는 거겠지요.
이러한 유래는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서울육백년사>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오늘은 이야기가 좀 길어졌습니다.
살다보니 세상에는 제정신 아닌 사람들이 너무 많아
귀신이 곡하는듯한 착각이 들 때가 많이 있지요...
나이가 들수록 사람들의 머리에 나사가 빠지기 시작하는지
정상적 상황판단 없이 마구잡이로 세상을 사는 황당한 모습을 많이 봅니다.
마지막 사는 날까지 흔들리지 않도록 머리 나사 좀 더 조여야 할듯 하네요.
“구천에 떠도는 귀신이 곡을 해도 흔들리지 말아야지...” 다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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