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국제시장」, 「세시봉」같이 눈으로 감상하는 복고풍 영화와 달리
60~70년대 서민들의 애환과 당시 시대상을 직접 체험으로 느낄 수 있는 <판잣집체험관>이 있다고 하여
오래동안 벼르기만 하다가 드디어 지난 주말에 다녀왔습니다.
청계천의 가장 하류쪽인 청계8가에 위치하고 있는 <판잣집체험관>은 60~70년대 서울시민의 삶의 터전인
청계천에 집단을 이루고 형성되어 있던 판자촌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곳으로서 어려웠던 학창시절을
돌아보게 하는 추억의 교실, 다방과 흑백TV, 구멍가게, 연탄가게, 그 옛날 공부방의 풍경, 교복을 입어볼 수
있는 교복체험실 등, 규모는 작고 소박하지만 아련한 추억이 있고 벅찬 감동의 여운이 남는 전시 체험관입니다.
▲ 청계천을 물길을 따라 동쪽방향으로 걸어서 가장 하류쪽인 청계8가(성동구 마장동) 부근에 이르면
청계천변의 우측 뚝방길 석축 벽면에 붙여서 세워진 판잣집들을 만나게 됩니다.
▲ 이곳은 자동차를 타고 천변도로를 달리게 되면 보지 못하고 그냥 지나치기 쉬운 곳입니다.
▲ 어딘가 모르게 약간은 부자연스러워 영화촬영 세트장 같은 느낌이 들기도합니다만
그 옛날 판잣집임엔 틀림 없습니다.
▲ 판잣집 외부 창문 옆에는 70년대 대단한 인기를 끌었던 만화영화 '로보트-태권V'와
'독수리5형제'의 포스터가 붙어 있어 한참을 들여다보며 추억에 잠겨 봅니다.
▲ 또한 당시 인기 만화영화였던 '똘이장군', '번개아텀' 등을 비롯하여, 신성일, 허장강, 박암 등
당시 내노라 하는 인기 배우들이 출연하는 낯익은 성인영화 포스터가 눈길을 끕니다.
▲ 판잣집 앞에는 요즘은 보기힘든 물지게, 아이스케키통도 있고 앞마당에는 딱지치기, 윷놀이를
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해 놓았네요. 어릴 적에 딱지치기, 구슬치기 참 많이도 했었지요.
▲ 제일 먼저 '청계다방'이란 간판이 걸린 문을 열고 들어가 봅니다.
▲ 소파와 탁자가 그옛날 다방 분위기를 그대로 연출해 주고 있습니다.
금방이라도 미쓰김이 "사장님~"하고 애교섞인 콧소리를 내며 나타날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 벽에 붙은 메뉴에 '코오피'란 글자가 정겹습니다. 당시에는 아침 일찍 다방에 가면
'모닝코오피'라고 하여 커피에 날계란 하나를 넣어주던 그런 풍습(?)이 있었지요.
▲ 그당시 '다방'은 유일한 만남의 장소였습니다.
연인과의 데이트도 이곳에서, 맞선도 이곳에서, 그리고 사업을 위한 비지니스도 이곳에서 이루어 졌습니다.
그러고보면 다방은 참으로 다방면으로 활용된 공간이었던 같습니다.
▲ 한쪽 구석에는 '뮤직박스'가 보입니다. 저곳에 장발스타일의 DJ가 앉아서
도끼빗으로 머리를 쓸어 올리며 멋진 멘트와 함께 신청곡을 틀어주곤 했었지요.
▲ 한창 감성에 젖어 돌아다니던 어린 시절, 음악다방 DJ에게 연신 쪽지 넣기 바쁠 때가 있었지요.
음악다방 DJ가 인기 많던 시절, 뭇여성들이 흠모하던 대상 1호는 당연히 목소리 멋진 음악다방 DJ였습니다.
▲ 다방 한켠에는 그당시 '대한뉴스'를 틀어주는 TV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마침 경부고속도로 준공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습니다. 제 욕심 같아서는 그당시 생산된 흑백텔리비젼으로
틀어주면 더욱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고 보니 이젠 그 어디서도 찾을 수가 없는 벌써 40년 전
이야기들이 돼버리고 말았습니다.
▲ 다방을 지나 옆으로 이동하면 <추억의 교실>입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60년대로 되돌아간 듯한 당시 국민학교 교실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교실 바닥을 밟을 때마다 삐그덕거리는 낡은 나무판의 질감이 느껴집니다.
▲ 추억의 5학년 3반 교실이네요. 교훈과 급훈, 태극기와 시간표가 교실 벽에 붙어 있습니다.
▲ 선생님이 앉아서 반주하던 풍금(오르간)도 보이고, 짝꿍과 사이가 안 좋아지면 여지없이 중간에
금을 그어 넘지 못하는 삼팔선(?)을 표시했던 나무책상과 작은 나무의자도 그 시절 그대로입니다.
▲ 방학책과 연필깍이,
▲ 상장과 임명장,
▲ 난로 위에 얹어 데워먹던 알루미늄 도시락, 부잣집 아이들만 메고 다녔던 예쁜 캐릭터가 그려진
빨강 책가방, 요즘은 어디에서도 볼 수없는 검정고무신도 이곳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 반공 방첩을 외치던 시절, 삐라를 주으면 즉시 신고하라는 포스터, 쥐잡기 운동도 기억이 새롭습니다.
▲ 다음으로 들어간 곳은 '광명상회'라는 낡은 철제 간판이 내걸린 구멍가게입니다.
▲ 그 옛날 동네 어귀에서 만날 수 있는 구멍가게 모습 그대로입니다.
▲ 담배는 물론 천장에는 조미료 '미원'과 주황색 라면봉지가 걸려 있고,
그 때 그 시절 '쫀드기', '뽀빠이', '자야' 등 추억의 군것질꺼리들도 만날 수 있습니다.
▲ 국수와 맥주도 있고, 70~80년대 경쟁이 치열했던 우유회사의 분유 캔들도 있습니다.
당시 흑백TV에서는 우량아 선발대회를 중계했었고 선발대회에서 선정된 아기들을 모델로 등장시켰었지요.
분유 캔 속의 우랑아 모델들도 지금은 어느덧 중년의 나이로 접어들었겠지요.
▲ 물총과 화약딱총, 플라스틱 장난감들과 과자봉지, 라면봉지들이 눈에 익지 않습니까?
▲ 마지막으로 '청계연탄'이란 간판이 걸린 가게로 들어갑니다.
기름이 귀하던 시절 겨울이 다가오면 연탄은 어느집이나 월동준비품 제1호였습니다.
당시 아버님께서는 창고에 연탄 몇백장씩을 들여놔야 마음이 놓이고 부자가 된 듯한 기분이셨지요.
▲ 외부에는 '연탄가게'로 되어 있으나 내부는 가게이름과는 전혀 다른 '학창시절 체험' 공간입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학창시절을 직접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교복들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교련복도 있고 동복과 하복도 옷걸이에 걸어놓아 누구나 입을 수 있게 해놓았기에 친구들과 함께
교복을 입고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옛추억의 체험을 즐기면 더욱 재미있을 듯 합니다.
▲ 선반 위에는 흑백TV와 미싱, 못난이 인형도 보이고 벽에는 영화포스터가 붙어 있습니다.
당시 '와일드 캐츠'라는 여성보컬그룹이 불렀던 노래를 영화화한 '마음 약해서'는 1980년도
개봉작으로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구봉서, 배삼룡, 이기동, 서영춘 등의 코메디언들이
대거 출연한 영화였으며, 신영균과 트위스트김 등이 주연했던 영화 '해병특공대' 포스터도 보입니다.
▲ 그 유명한 영화 '맨발의 청춘'은 신성일과 엄앵란이 주연이었고,
김승호(김희라 아버지) 주연의 '마부'는 물론, 액션배우 장동희가 주연이었던
'돌아오지 않는 해병'은 정말 재미있는 전쟁영화였지요.
▲ 전시체험관 바로 옆에는 '공부방'이란 표시판이 붙은 공간이 있습니다.
▲ 말이 공부방이지 사실은 가족들의 일상적인 생활이 함께 머무는 안방을 겸한 종합적인 공간입니다.
▲ 부엌 살림의 기본이었던 석유곤로와 냄비는 아련한 추억입니다.
▲ 힘든 하루 일을 마치고 온 아버지가 금방이라도 막걸리 받아 오라고 심부름 시킬 것 같은
단촐한 술상 위에는 막걸리 주전자와 대접이 놓여 있습니다.
▲ 키 작은 서랍장위에 가지런히 쌓아놓은 색동 이부자리 옆으로 벽에 걸린 교복이 눈길을 끕니다.
▲ 앉을뱅이 책상 위의 책꽂이에 가지런히 꽂혀있는 교과서와 트랜지스터 라디오,
그 당시 학생의 공부방 모습이지만 이 정도 갖추어진 방에서 공부했던 학생은
그나마 유복한 편이었을 것입니다.
겉모습은 옛날 판잣집으로 복원하였지만 내부 모습은 60~70년대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박물관 같은 곳.
연탄가게, 구멍가게, 공부방, 다방, 교실 등 다섯개의 테마로 구성되어 그 옛날 추억을 만나볼 수 있는 곳.
규모가 크거나 화려한 전시관은 아니지만 소박하면서도 옛 서울의 생활모습을 몸으로 느껴볼 수 있는 곳.
중장년들에게는 어릴적 옛모습을 체험하는 추억의 장소로, 청소년들에게는 가난했던 과거의 삶을 들여다 볼 기회를 제공해 주는 <판잣집체험관>에서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다녀오는 것도 좋은 추억거리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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