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저녁 7시에 만나자고 하더니 자정이 넘어도 꿩 구워먹은 소식이다."
"분명히 이곳에 설치하기로 굳게 약속해놓고 꿩 구워먹은 자리이다."
위의 두 가지 예문과 같이
우리는 흔히 소식이 전혀 없음을 비유적으로 일러 ‘꿩 구워먹은 소식’이라 하며
일은 하였으나 뒤에 아무런 결과도 드러나지 아니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을
‘꿩 구워먹은 자리’라 일컫습니다.
예전에 고기가 귀하던 시절, 특히 꿩은 아주 귀한 고기로 취급 되었고
구하기도 힘들었으며 일반 서민들은 구경도 하기 힘든 고급 고기였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귀한 꿩이 어쩌다 생겼을 때 맛난 꿩고기를 이웃과 나눠 먹자니
그 양이 너무 적고 그렇다고 안먹고 버릴 수도 없으니 몰래 구워먹을 수 밖에요.
그 귀한 꿩고기를 혼자 먹었으니 소문이라도 나면 이웃을 볼 면목도 없으려니와
자기 입만 아는 몰인정한 사람으로 비춰져서 왕따 당하기가 십상인지라
꿩을 구워 먹은 흔적은 물론, 소문이 나지 않도록 무척이나 신경을 썼겠지요.
그래서 무슨 일을 아무도 몰래 해치운다든지 소식이 없이 감감할 때 하는 말이
"꿩 구워먹은 소식"이라고 했으며, 아무런 흔적도 없이 무슨 일을 처리할 때에
쓰는 말로 "꿩 구워먹은 자리"라는 말이 생기게 되었다고 합니다.
특히 '꿩 구워먹은 자리'에 대한 다음과 같은 재미있는 민간어원설이 있습니다.
옛날 옛적 어느 산골에 젊은 부부가 늙은 어머님을 모시고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자기 자신을 위해선 몹시 욕심이 많고 아내와 어머니에 대해서는
아주 인색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틈만 있으면 일은 하지 않고 산에 가서 꿩을 잡아다가는 감추어 두었다가
아내와 어머니가 잠이 들면 몰래 나와서 혼자서 그 꿩을 구워먹곤 하였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아내는 '연로하신 어머님을 두고 차마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라는 생각에 남편이 너무도 원망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이 계속해서 되풀이되니 아내는 마침내 약이 오를 대로 올랐고
어느날 남편이 꿩을 감추고 나간 사이에 몰래 그것을 어머님께 구워 대접했습니다.
그날 밤, 아내가 깊이 잠든 척하자 남편은 슬그머니 일어나더니 꿩을 찾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찾아도 꿩은 이미 없었지요. 남편은 찾다 못해 아내와 어머니에게
차마 말할 수도 없고해서 할 수 없이 꿩을 구워먹던 부엌 앞에 내려가 입만 쩝쩝
다시면서 멀거니 앉아 있었습니다.
이를 본 아내는 너무나도 어처구니가 없어 "아니 오밤중에 무슨 할 일이 없어서
꿩 구워 먹은 자리에서 가만히 앉아만 있소? 이젠 불 땐 재도 없는데....."
이 말을 들은 남편은 가책이 되었던지 머리를 긁적이며 얼굴만 붉히고 있었고
이런 일이 있은 후로부터 '꿩 구워먹은 자리'라는 속담이 생겨났다는 것입니다.
.... .... ....
※ 저는 국어학자도, 국어를 전공한 사람도 아닙니다.
제가 이곳에 올리고 있는 우리말의 유래에 관한 글은...
업무적(민속박물관 관련)으로 우리말의 어원과 유래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우리말 사전, 국어학자의 의견, 또는 웹서핑을 통해 얻은 자료 등을
보완 및 정리하면서 제 개인적 생각을 추가하였기에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또한 학술적인 것보다는 재미있는 소재의 민간어원설을 기초로 한 것들이 많습니다.
이 글과 관련하여 또 다른 내용을 아시거나, 이견(異見)이 있으신 분은
쪽지나 댓글로 의견을 주시면 제 개인적 자료수집에 많은 도움이 되겠습니다.
'● 이런由來가 있었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축하잔치인가, 축하하는 제사인가? (0) | 2011.10.13 |
---|---|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0) | 2011.10.07 |
무서운 더위? (0) | 2011.10.07 |
코쟁이 앞에만 서면 꿀 먹은 벙어리... (0) | 2011.10.07 |
운명을 달리 하셨습니다...? (0) | 2011.08.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