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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由來가 있었네

부러진 화살, 정곡을 찔렀습니다.

by 다빈치/박태성 2012.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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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4주차에 접어든 영화 ‘부러진 화살’이 관객 300만을 기록하고 있으며
영화의 내용에 대한 여론이 사회적 논란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습니다.

‘부러진 화살’은 2007년 김명호 전 교수가 자신의 사건을 담당한 판사에게
활을 겨눈 ‘석궁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돼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입니다.

영화 매니아인 저는 아직 이 영화를 보지는 못했지만 영화의 제목을 보면서
생각나는 단어가 있어서 얘기해보고자 합니다.



우리는 흔히 “정곡을 찌르다.” “정곡을 맞히다.”라는 말을 자주 접합니다.

정곡(正鵠)은 활을 쏘아 맞히는 과녁의 한 가운데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러면 왜 ‘정곡’이라고 하는 걸까요?

‘정’은 ‘바를 정()’자, ‘곡’은 ‘고니 곡()’자로서, 과녁에 고니 모양의
가죽을 붙였기 때문에 생긴 말이라고 합니다.

과녁 전체를 적()이라 하고 정사각형의 과녁 바탕을 후()라고 하는데
동그라미가 여러 겹 그려진 과녁 중앙의 둥근 점을 정곡이라고 부릅니다.
곧 정곡(正鵠)이라 함은 활쏘기 목표물인 ‘과녁의 한가운데’라는 뜻입니다.

정()은 본래 민첩한 솔개의 이름이고, 곡()은 고니를 가리키는 말인데,
둘 다 높이 날고 민첩하기 때문에 여간해서는 맞히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과녁 중에서도 가장 맞히기 힘든 부분인 정 가운데를 맞혔을 때
“정곡을 맞혔다.”라고 하며 같은 뜻을 가진 말로 ‘적중(的中)’이 있습니다.

조선조 후기 실학사상가였던 성호(星湖) 이익은 그의 저서 ‘성호사설’에서
정곡(正鵠)의 뜻을 설명하면서 ‘바를 정’자를 쓴 것은 과녁의 상하좌우를
바르게 하는 의미를 지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사냥의 도구로 쓰이던 활쏘기가 사라진 오늘에 와서 ‘정곡을 찔렀다.’라는
말은 ‘어떤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지적했다.’는 뜻으로 쓰이게 된 것이죠.

정곡을 맞힌다는 것은 화살을 쏘는 경우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의 핵심을 어느 쪽으로도 편향됨이 없이 짚어내고 그 실체를 정확하게
드러낸다는 의미로 진화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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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국어학자도, 국어를 전공한 사람도 아닙니다.
제가 이곳에 올리고 있는 우리말의 유래에 관한 글은...
업무적(민속박물관 관련)으로 우리말의 어원과 유래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우리말 사전, 국어학자의 의견, 또는 웹서핑을 통해 얻은 자료 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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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학술적인 것보다는 재미있는 소재의 민간어원설을 기초로 한 것들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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